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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10/21 지리산 종주기 - 2
  3. 2009/10/21 지리산 종주기 - 1
지리산 종주 마지막 날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2시간 가량 선잠을 자고 깼다. 내 체질이 집을 떠나 잠을 잘 못자는 것인데 몸이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4일동안 3,4시간 밖에 못잤다.
잠이 안와 산장 밖에 나오니 저녁때와 달리 구름이 걷혀 날이 맑았다. 하늘에는 그렇게 기대했던 별들이 초롱 초롱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름이 지나서인지 멋진 은하수는 안보이고 희미하게 은하수의 흔적만 보일뿐이다.
삼각대를 안가져왔지만 그래도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그냥 보고만 있을수 없어서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역시 제대로 나올리 없다. 더구나 너무 추워서 몇장 찍고 포기하고 산장으로 들어와서 드러누운체 시간만 보냈다.

장터목에서 본 오리온 자리. 좌측 위에 보이는 별무리가 플레이아데스 성단이다. 밑에 보이는 빛은 진주시가지.

새 벽 4시경이 되자 천왕봉 일출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천왕봉에서의 기상이 하도 많이 변해서 3대가 덕을 쌓아야만 일출을 볼수 있다는데 오늘 날씨가 맑아서 왠지 기대가 됐다. 4시 30분경 산장을 나와 천왕봉을 향했다. 새벽이라 날씨가 무척 쌀쌀하고 하늘에 별이 초롱 초롱 빛나도 등산로는 손전등 없이는 아무것도 안보일정도로 어두웠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제석봉에 고사목을 지났지만 어두워서 윤곽만 보인다. 한국전쟁때도 무사히 넘긴 원시림으로 빽빽한 이 숲은 하지만 이승만 정권 말기 정권에 권력을 등에 업은 사람이 불법 도벌을 하다가 여론화 되자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불을 질러 현재에 이르렀다. 그 뒤로도 계속 복원을 하기 위해 애썼지만 워낙 높은곳이라 그런지 잘 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장터목쪽은 물이 귀하게 되었으니 이 모두 인간이 자초한 일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들어 중산리에서 여기 제석봉까지 케이블카 건설이 추진되고 있으니 이곳은 복원할 틈도 없이 더욱 더 파괴되는 지리산의 미래가 뻔히 보인다.

제석봉과 천왕봉.

제석봉. 자유당 말기 방화로 황폐화되어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복원이 안되고 있다. 앙상한 고사목이 마치 비석처럼 서 있다. 이제는 저 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하고 있다.

천왕봉. 가운데 벼랑지대는 중산리로 내려가는 코스로 8.15 해방직전 무너졌다고 한다. 중산리에서 저기로 올라오면 무척 가파르다. 현재 천왕봉 일대는 인간의 잦은 발길과 개발로 계속 무너지고 있다. 케이블카가 건설되면 파괴는 더욱 더 가속화 될 전망이다.

어두운 길을 한참을 걸어서 통천문에 도착했다. 통천문은 부정한 사람은 통과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철사다리가 놓여서 아무나 통과할 수 있다. 가파른 바윗길을 오르니 숨이 차다. 거기다가 며칠동안 쌓인 피로와 다리 통증때문에 다리에 힘이 없다. 옆으로는 천길 낭떠러지인데 몸이 휘청거린다. 스틱이 없었으면 아마 추락하지 않았을까.. 천왕봉에 가까워질수록 날이 밝아져 시야가 트이고 하늘이 붉게 물든다.
드디어 정상이다! 해발 1915m. 남한 내륙에서는 가장 높은 곳이다. 천왕봉에서 사방을 보는 맛은 일품이다. 아직 해가 뜰려면 멀었다. 세찬 바람과 그동안 올라오면서 흘린 땀때문에 상당히 춥다. 껴입어도 마찬가지다.
추위속에서 벌벌 떨기를 30분 가량.. 사람들의 탄성속에서 드디어 해가 떠오른다.
3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을 나는 너무 쉽게 보는것은 아닌지.. 해가 뜨고 세상은 붉은빛으로 물든다. 저 멀리 수많은 봉우리들이 마치 섬처럼 떠오른다.

일출전 중산리 풍경.

동쪽 하늘이 밝아오고 있다. 멀리 보이는 산은 가야산?

붉은빛 안개속에서 마을들이 드러나고 있다.

천왕봉 일출을 보러온 사람들. 케이블카가 건설되면 하이힐 신고도 쉽게 올라올수 있겠지..

천왕봉 일출

천왕봉 정상의 비석. 원래는 경상인의 기상 여기서.. 였으나 항의로 한국인의 .. 로 바뀌었다. 비석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 반대쪽에는 지리산 천왕봉 1915m라고 써있다.

사진을 클릭하세요. 마지막 파노라마 사진. 천왕봉에서 바로본 지리산 주능선. 오른쪽 봉우리가 반야봉, 반야봉 왼쪽에 삼각형 모양이 노고단이다. 왼쪽 중간쯤에 정상에 바위로 된 곳이 촛대봉이다. 총거리 26km의 지리산 종주의 끝이다.

천왕봉의 그림자가 마치 피라미드 모양으로 거대하게 드리워져있다.


천왕봉 밑에는 공터가 있는데 예전에는 여기에 철책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는지 안보인다. 이 철책은 고려시대때부터 있었던 지리산 성모상을 모시려고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보기흉한 철책에 모시려고 했을까? 그것은 기독교인이 이 성모상을 우상이라고 파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70년대에 그런짓을 해서 사라졌다가 지리산 밑에서 두동강난 채로 발견됐다. 발견한 사람은 천왕사 주지로 자신의 절에 모시려고 해서 법적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아무튼 종교적인 이유로 최소한 천년이 넘는 문화재를 파괴하고 이걸 지키기 위해 보기흉한 철책을 만들어야만 하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일출을 보고 이제 하산하는 길만 남았다. 예전에는 대원사쪽으로 내려갔지만 현재 상태로는 너무 코스가 길었다. 칠선계곡쪽으로 한번 내려가고 싶었지만 현재는 휴식년제라서 정해진 시간에 예약자만 갈수 있다.
할수 없이 경사가 급한 중산리로 내려가야 한다. 문제는 다리 통증이다. 이 다리로 경사 급한 중산리를 내려갈수 있을까?
중산리 하산길은 처음부터 급한 내리막길이다. 산사태로 생긴 내리막길은 올라올때 과연 어떻게 올라올까 생각이 들 정도다.
땀을 펄펄 흘리면서 무릎 통증속에 내려오니 법계사와 로터리 산장이 보인다. 다리 아파서 느리게 내려온다고 생각했는데 지도에 나와있는 등반시간하고 비슷하다.

좌측에 법계사가 보이고 멀리 천왕봉이 보인다.

로터리 산장. 원래 폐쇄하기로 했다가 존속하기로 다시 바뀌었다.숙박은 안되는걸로 알고 있다.

망바위. 몰지각한 등산객들의 낙서가 보인다.

칼바위. 벼락으로 둘로 쪼개졌다고 한다. 이 바위가 보이면 중산리 코스가 거의 끝나가는 것이다.


법계사에서 물을 뜨고 한참을 내려오니 드디어 매표소가 보인다. 하지만 버스를 탈려면 매표소에서 수킬로를 더 걸어내려가야 한다.
지리산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매표소에 도착할때면 지칠대로 지칠텐데 포장도로와 주차장을 만들어놓고 왜 버스를 한참 밑에서 타게 만들었는가? 자가용 끌고 온 사람들만 매표소 앞까지 오게 하고 버스는 출입금지란다. 이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라고 하는 짓거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자가용을 통제하고 대중교통인 버스를 올라오게 하든지 아니면 공평하게 모두 못올라오게 하든지 해야지 왜 자가용만 매표소까지 올수 있게 한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정책이다.
아무튼 뜨거운 태양아래 아픈 다리를 끌며 한참을 내려가서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오늘 하루 종일 굶어서 정류장 근처 식당에서 백숙을 먹는데 맛이 기가 막히다.
한가지 팁. 버스 타는데 많은 사람들이 진주까지 가서 서울,인천등에 가는 버스를 갈아타는데 그럴필요 없이 진주가는 버스타고 가다보면 중간 정류장인 원지라는 곳에서 내려 진주에서 출발하는 수도권행 버스를 타면 요금도 적게 나오고 훨씬 빨리 수도권에 도착할 수 있다.
버스를 타고 집에 오면서 무릎 통증때문에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 종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원지 정류장에서 본 불쾌한 모습을 마지막으로 이 종주기를 마친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반대 서명 http://greenkorea.org/campaign/2009_nocable_sign/

원지 버스 정류장에서 본 황당한 현수막. 경상도라서 이명박 정권의 정책을 무조건 지지하는건가? 하지만 이건 아니잖은가? 케이블카로 청정한 지리산을 물려주다니.. 오히려 파괴된 지리산만 물려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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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온빛누리
9월 15일 두번째 날이 밝았다.
어제의 그 날씨는 어디로 갔는지 햇살이 따가울 정도로 날이 개었다. 무릎의 통증은 어제보다 더해졌다. 200미터 떨어진 샘터에서 물을 떠오기도 힘들정도다.
그럼에도 종주를 계속하기로 했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하면 너무나 아쉬웠다.

벽소령 산장의 아침. 날이 개고 있다.


아침을 먹고 바로 출발했다. 어제는 한낮에도 그렇게 춥더니 오늘은 해가 비추자 아침부터 덥게 느껴졌다. 문득 예전의 지리산 종주때가 생각난다.
한여름이라는것만 믿고 반팔만 입고 왔다가 밤에 추위에 떨며 고생했던.. 어찌나 추운지 텐트안에서 잠을 제대로 못자서 아침에 해가 떠서 기온이 올라간뒤에 본격적으로 잠들어 남들보다 늦게 출발하고는 했다. 이번에는 그 때 경험으로 여러벌의 옷을 준비했지만 그래도 산에서의 기상변화는 적응하기가 참 힘들다.
벽소령 산장에서 출발한 뒤로는 한참 길이 편하다. 이 길은 원래 성삼재 도로와 같이 만약에 대비해 공비소탕을 위해 만든 길이었다. 하지만 지리산 종주를 하면 자주 볼수 있는 헬기장에서 알수 있듯이 헬기를 이용하게 되어 이 도로는 무용지물이 되어 방치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 길도 성삼재 도로처럼 포장할려고 예산까지 편성됐고 산 아래에서는 일부구간이 포장되었지만 그 후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혀서 무산됐다. 이것이 6월 항쟁으로 이룬 민주화가 빚어낸 또 다른 성과가 아닐런지.
성삼재 도로는 독재정권시절에 만들어져서 아무도 반대하지 못했지만 벽소령 도로는 훨씬 늦게 6월 항쟁후 민주화가 어느정도 이뤄진 뒤 추진되서 다행스럽게 무산된것이다. 몇년만 일찍 추진됐어도 우리는 지리산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흉물스런 포장도로와 산꼭대기까지 구름처럼 몰려와서 이곳 저곳을 짓밟는 관광객을 보았을것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몇년전까지 지프형 택시들이 올라오던 길은 이제는 사실상 도로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해서 편한 등산로로 변했다.

벽소령 도로. 이제는 도로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벽소령을 지나 선비샘으로 가는 길.


벽소령 도로를 벗어난 등산로에 들어서자 울창한 숲속길이 반긴다. 숲속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좀만 가다보니 공터가 나타난다. 벌써 선비샘이다.
선비샘은 이곳 아래 상덕평 마을에 가난하고 천대받던 노인이 죽어서라도 사람 대접 한번 받아보고 싶어 아들이 이 샘위에 무덤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이곳에서 고인 물을 떠먹기 위해서 어쩔수 없이 무릎 꿇어야 함으로 노인 무덤에 절하는 격이 된것이다. 하지만 몇년전에 샘에 파이프로 연결되서 굳이 무릎을 안꿇게 되었고 무덤도 사라졌다.
요즘은 샘에 이 전설에 대해 안내판까지 설치가 되었다.

선비샘



선비샘을 지나 오른 봉우리는 망바위다. 이름 그대로 지리산 동부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의 목표 천왕봉도 드디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망바위에서 본 천왕봉. 가운데 제일 높은 봉우리가 천왕봉이다. 천왕봉 아래 나무가 없는곳이 제석봉. 제석봉 아래쪽에 장터목 산장이 보인다.


사진 클릭하면 크게 볼수 있습니다.망바위에서 본 지리산 동부능선.왼쪽 가장 높은 곳이 천왕봉. 가운데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촛대봉과 영신봉.


망바위를 지나 이제 세석으로 향한다. 지리산 종주중 가장 힘들다고 하고 나 또한 그렇게 기억했던 곳이라 긴장이 되었다. 망바위 다음 봉우리인 칠선봉은 여러가지 기암괴석이 봉우리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여기를 지나 영신봉으로 향하는 길은 높은 계단을 한참 올라야 한다. 주위 기암들의 여러가지 모습이 재밌다.
영신봉에 올라서면 대성골이 훤히 보인다. 대성골은 지리산 빨치산 토벌작전중 가장 큰 전투가 벌어진곳으로 몇년전까지만 해도 사람 인골이 발견되곤 했다고 한다.
영신봉을 넘어서면 바로 세석이 나올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등반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넓은 산위의 고원, 세석고원이 나타났다!

영신봉.

영신봉을 오르는 계단이 끝없이 이어진다.


영신봉에서 뒤돌아본 종주코스. 맨 왼쪽 삼각형의 봉우리가 출발지인 노고단이고 우측 낙타등 모양의 봉우리가 반야봉이다. 사진에 보이는 능선위를 걸어온것이다. 참 멀리도 걸어왔다.

영신봉에서 내려다본 대성골. 한국전쟁중 가장 참혹했던 피의 골짜기이다.

세석고원 파노라마. 사진클릭하면 더 크게 볼수 있습니다.

세석산장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각종 야생화가 아름답게 피어있다.

세석산장 내려가는 길. 가운데 세석산장이 보인다.

세석산장.

구 세석산장. 지금은 취사장으로 쓰인다.

세석고원은 남한에서 가장 넓고 높은 고원이다. 1472년과 1489년 여기를 다녀간 김종직, 김일손의 기록에 의하면 숲이 울창했다고 하는데 200년전쯤에 일어난 산불로 인해 현재와 같이 변한걸로 추정된다. 그 뒤로 지리산 철쭉제와 군사시설, 야영객의 텐트 가설로 황폐화 됐다가 최근에 복원중이다. 지리산을 오른 옛사람들이 여기를 지리산의 이상향인 '청학동'이 아닌가 적고 있기도 하다.
세석산장 밑에 샘터가 있는데 물이 말라서 한참을 내려가야 다른 샘터에서 물을 받을수 있었다. 가뭄때문인지 숲이 파괴되서인지..
세석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떼우고 오늘의 목적지인 장터목을 향해 출발했다. 한낮이 되자 햇볕이 더욱 더 뜨거워졌다. 추웠던 어제 날씨와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촛대봉을 오르는 길은 나무그늘이 거의 없어 따가운 햇살이 등에 바로 닿아서 무척이나 덥고 힘들었다. 한참을 그렇게 힘들게 올라서자 천왕봉과 남부능선이 시원스럽게 보였다. 저 멀리 진주시가지가 구름사이 햇볕을 받으며 아스라히 보인다. 천왕봉이 가까와졌다니 반갑기만 하다. 촛대봉 정상은 바위들로 이루어져서 마치 달 표면 같았다.

촛대봉에서 바라본 세석고원. 세석산장이 보인다. 왼쪽이 남부능선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촛대봉에서 바라본 천왕봉1. 단풍이 벌써 물들기 시작했다.

촛대봉에서 바라본 천왕봉 2.

진주시가지가 구름을 뚫고 비추는 햇살사이로 보인다.

촛대봉에서 보면 천왕봉에 코앞에 있는듯이 보이지만 막상 등반하면 또 넘어야할 봉우리들이 왜 이리 많은지. 더구나 여기부터는 바위들이 많아 길이 힘들다. 중간 중간 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길도 보인다. 그런데 벽소령을 떠나면서 이상하게 은행 열매의 특이한 구린내가 계속 난다. 이 냄새의 정체는 무었일까? 은행나무라고는 전혀 볼수 없는 곳에서 계속 나는 구린내의 정체에 대해 우리는 궁금했지만 끝내 풀수 없었다.
삼신봉을 지나 이름없는 1807미터 봉우리에서 돌아보니 저 멀리 아득히 우리가 출발한 노고단이 보인다. 저 먼 거리를 우리가 왔다니.
코 앞에는 오늘 목적지이 장터목 산장 가기전 마지막 봉우리인 연하봉이 보인다. 다 왔다는 생각에 힘을 내면서 걸어가 드디어 장터목에 도착했다. 어제 너무 일찍 도착해 고생한 생각에 5시 30분쯤 도착했다. 장터목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름 그대로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마도 지리산에서 가장 붐비는 산장일것이다. 예전에는 장터목 주위로 텐트가 층층히 빼곡히 들어섰는데 지금은 야영이 금지되고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장터목 산장 밑에 있는 샘은 예나 지금이나 물이 조금씩 나온다. 제석봉 숲을 인간들이 불태워 황폐하게 만든 결과다.
예전에 장터목에서 본 뜻하지 않은 일몰이 아름다웠는데 오늘 날씨도 좋아서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왠 조화인지? 일몰 시간 바로 직전에 그렇게 맑던 하늘에 갑자기 안개구름이 몰려오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도 운이 없다니.. 결국 일몰은 커녕 오늘밤도 별 보기도 글렀다는 생각과 내일 일출이나 제대로 볼수 있을런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돌단풍이 노랗게 물들었다.

사진을 클릭하세요. 삼신봉과 연하봉 중간인 1807미터 봉우리에서 본 지나온 경로. 멀리 제일 높은 봉우리가 반야봉, 그 왼쪽 삼각형 봉우리가 출발지인 노고단이다. 저기서 여기까지 산봉우리를 넘어 온것이다. 왼쪽 봉우리가 촛대봉.

연하봉. 연하봉 뒤로 천왕봉이 솟아 있다.

연하봉 오르는 길. 좌우로 야생화가 아름답게 피어있다.

연하봉 오르는 길에 아름다운 풍경.

장터목 산장.

장터목 산장 주변. 예전에 야영장으로 황폐해졌던곳인데 지금은 복원사업중이다. 이곳에서 보는 일몰 풍경이 아름답지만 아쉽게도 일몰 직전에 몰려온 구름때문에 못봤다.

장터목에서 내려간는 길들. 이렇게 많은 길이 모이는 곳이라서 장터처럼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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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온빛누리
13년만이었다. 군대 시절 휴가 나와서 피아골-노고단-천왕봉-대원사 코스의 지리산 종주후 언젠가 다시 종주해야지 생각하며 지낸 시간이 벌써 그렇게 지났다.
그동안 지리산에 안온것은 아니다. 노고단, 왕시루봉, 불일폭포, 쌍계사, 화개등 지리산 주위에 자주 왔었지만 종주만큼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 그랬을가? 그만큼 지리산은 나에게는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경외의 산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러다가 드디어 다시 한번 지리산 종주에 도전하게 되었다. 하지마 이번은 처음 종주와 달리 성삼재까지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사실 그동안 지리산 종주는 산 밑에서 등정을 시작해야 진짜라고 생각했다. 등산이란게 산밑에서 시작해야지 산정상부근에서 시작하는게 그게 무슨 등산이고 종주냐 했는데... 나이를 먹으니.. 귀찮아졌다..ㅡㅡ;;
그래서 남들처럼 성삼재에서 시작하자는 생각을 갖게 됐으니.. 종주가 끝난지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종주 후기를 쓰는것도 귀찮아서였다...역시 나이 먹는것은 귀차니즘과의 싸움이 아닐련지..

2009년 9월 14일. 같이 가기로 한 형과 서울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구례구역에 도착했다. 가는 내내 잠을 한숨도 안잤지만 별로 졸렵지는 않았다. 기차가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 20분경.
역에 내리자마 택시들의 호객행위가 시작된다. 버스 첫차가 6시니 성삼재에 식당이 있으니 거기서 밥먹고 가라느니.. 하면서 1인당 만원을 요구한다.
하지만 죄다 거짓말이다. 성삼재에는 식당도 없고 버스 첫차는 4시에 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어서 구례 버스터미널까지만 갈것을 요구했고 기사는 못마땅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참고로 3시 23분에 도착하는 기차가 있는데 도착하면 바로 성삼재 가는 버스가 구례구역에서 대기하고 있다. 이걸 타고 구례터미널에서 내려 좀 기다렸다가 다시 타고 올라가면 된다.
굳이 역앞에서 택시 탈 필요는 없다. 아니면 나처럼 더 일찍 도착해서 구례 버스터미널 앞에 있는 해장국집에서 밥 먹고 4시 버스 타고 올라가도 된다. 단 혼자라면 그냥 성삼재까지 택시 타고 가는게 나을수도 있다.

반야봉을 배경으로 아침노을이 물들고 있다. 날씨가 흐려 일출을 보지 못했다.


4시에 탄 버스는 어두운 성삼재 도로를 구불 구불 올라간다. 성삼재가 얼마나 높은지 20여분을 달려야 도착한다. 13년전 이 높이를 도로도 아닌 등산로로 그 무거운 배낭을 지고 올라왔었다니.. 지금은 감히 도전할 생각이 안난다.
버스에서 내리니 쌀쌀한 기운이 감돈다. 날씨가 흐려서 기대했던 하늘의 별들은 안보인다. 빛하나 없는 성삼재에서 노고단 올라가는길.
성삼재 길은 원래 무장공비 침투에 대비하여 벽소령길과 함께 만든 도로인데 1985년 외국에서 돈을 빌려 확포장해서 오늘에 이른다. 이 도로를 볼때마다 지리산 한구석에 생채기를 낸것같아 가슴이 아프다. 이 도로로 인해 이렇게 쉽게 노고단 꼭대기에 오를수 있으니 지리산 종주는 화엄사 밑에서 시작되는것이 아니라 노고단에서 시작되고 있고, 하이힐 신고 양산 쓴 사람들도 마구 산을 밟아되어 생태계가 파괴되어 이제 노고단 정상부는 부분 개방만 되고 있다. 그동안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이 도로를 폐쇄하겠다고 여러번 공언했지만 이제는 그런 소리조차 안나오는데 수많은 관광객을 차량으로 실어나르고 있으며 그것도 모자라 케이블카까지 설치하려니.. 인간의 이기심은 정말 무섭다.
현재 노고단과 제석봉등 지리산에는 3-4군데에 케이블카를 만들려고 추진하고 있다. 이 정부 들어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것이다.
노고단 산장에서 물을 마시고 성삼재 출발 1시간여만에 노고단에 도착했다. 하지만 너무 일찍 온 관계로 노고단 정상은 출입이 금지되어 올라가지 못해 아쉬웠다. 아마도 오전 9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것 같다. 날씨가 흐려서 일출도 제대로 안보이고 지리10경인 노고단 운해도 못보고 여러가지로 아쉬웠다.

노고단의 모습. 오른쪽 건물은 KBS 방송 중계탑이다.


일출을 못본 아쉬움을 뒤로 한채 다시 길을 떠났다. 무거운 배낭이 어깨를 짓누르고 거기다가 DSLR까지 메고 있으니 걸음걸이가 불편하다. 그래도 길은 편하다. 신라때 화랑이 쏜 화살보다 말이 더 빨리 달린다는 과장된 전설이 전해올 정도로 임걸령까지의 길은 평탄했다.  돼지령에서는 왕시루봉까지의 능선이 장쾌하게 보인다. 돼지령을 지나 임진왜란 당시 이 곳에서 활약하던 도적 두목 임걸년의 이름을 딴 임걸령 샘에 도착했다. 지리산 주변 곳곳에 임걸년의 전설이 남아 있는 걸 보면 엄청난 도적이었나보다. 전설에는 임꺽정같은 의적이었다고 하나 난중잡록에 기록을 보면 중들과 백성에게 많은 피해를 입음이 수를 헤아릴수 없었다니 어느것이 진실일까?

돼지령에서 본 왕시루봉 능선. 가운데 솟은 산이 왕시루봉이다.


임걸령샘.


임걸령을 지나면서 비탈길을 만나게 되는데 아직은 힘이 안든다. 등산로 좌우로는 산오이풀, 산구절초, 투구꽃등의 야생화가 피어 있어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수십분을 걸어 노루목에 도착했다. 노루목에 도착하니 왼쪽으로 반야봉 갈림길을 가르치는 표지판이 보인다. 우리는 여기서 고민을 하게 된다. 주능선 등산로에서 벗어나 있는 반야봉을 들렀다 갈것인가? 배낭을 내려놓고 들렸다와보고도 싶은데 왕복 2시간 가까이 걸리지 않는가? 그렇지만 지난번 종주때도 안 들렸는데 이번 기회에 한번 들르는것도 좋지는 않을까?
하지만 결국은 귀차니즘이 승리한다.. 우리는 반야봉을 놔두고 그냥 삼도봉으로 향한다.
삼도봉은 경남, 전남, 전북 3개도의 경계를 이루기 때문에 붙어진 이름이다. 예전에는 낫의 날같이 생겼다고 해서 '날라리봉'으로 불리어졌고 지도에도 그렇게 써 있었지만 요즘은 날라리봉이라는 이름을 보기 힘들어졌다.

노루목. 왼쪽 길로 1km를 가면 반야봉이다.

삼도봉 정상에 98년에 세워진 기념물이 있다.




삼도봉에서 바라본 목통골. 오른쪽이 불무장등 능선이다. 여성분이 서있는 바위밑은 천길 낭떠러지로 밑에서 강풍이 올라와 서 있기도 겁나는 곳이다.


삼도봉을 지나자 500여개의 나무 계단으로 이루어진 내리막길이다. 예전에는 이곳에 나무계단이 없어서 위험했는데 요즘은 많이 편해졌다. 하지만 나의 고행은 여기서 발생했으니.. 평소 아프던 왼쪽 무릎이 층간높이가 높은 나무 계단을 내려가자 심한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른쪽 무릎에 힘을 주며 내려오다보니 오른쪽 무릎도 통증이 오고 이때부터 서울 올라올때까지 극심한 무릎 통증은 계속 따라오기 시작했다. 내 몸을 지탱하는 스틱이 없었으면 종주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두 다리에 신경쓰다보니 체력도 극심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때까지 빠른 속도로 오던 등산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느려졌다고 많이 느려진것은 아니고 지도에 표기된 산행 시간보다 약간 빠른 정도였으니 종주에는 무리가 가지 않는 속도였다.
끝없는 계단을 내려서니 화개재에 도착했다. 화개재에 내려서니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으니 앞으로의 고행을 예상하느는듯한 신호였으리라..
화개재 북쪽으로는 뱀사골인데 얼마전까지 뱀사골 산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폐쇄됐다. 화개재는 종주코스중 가장 높이가 낮은 지역으로 화개장터와 뱀사골에서 올라온 특산물을 거래하던 일종의 산위 장터였다. 여기서 거래된 소금을 싣고 가던 소금장수가 뱀사골에서 물에 빠졌기에 간장소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이 있다.
화개재를 지나 토끼봉을 지나 연하천 산장에 도착, 라면으로 점심을 때웠다.
예전에 벽소령 산장이 만들어지기전, 성삼재가 개통되기전 화엄사에서부터 올라온 종주객들이 대부분 여기서 첫날밤을 지샜던 곳이다. 나 또한 13년전 여기서 텐트를 치고 하루를 묵었다. 하지만 지금은 텐트도 금지되고 성삼재에서 출발하면 하루를 묵기에는 너무 가깝고 여기서 하루 묵고 장터목까지 가기에는 먼 애매한 위치가 되었다.
라면을 먹고 1시가 되자 다시 길을 떠났다.
삼각고지가 나타났다. 이곳 남쪽으로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이 최후를 맞이한 빗점골이 있는데 예전에 왔을때는 그것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는데 어느새 없어졌는지 찾을수가 없었다.

연하천 산장.


삼각고지에서 바라본 지리산 남부. 멀리 높이 솟은 봉우리가 백운산인듯하다. 앞을 가로지르는 능선은 토끼봉능선이다.


삼각고지를 지나자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된다. 오르막은 오히려 쉽지만 내리막은 무릎 통증때문에 힘들다. 날씨가 쌀쌀했음에도 무릎때문에 온몸에 땀이 흐른다. 얼마 정도 가자 거대한 바위가 드러난다. 형제봉이다. 지도만 보고 형제봉만 넘으면 벽소령까지 내리막인줄 알았는데 형제봉을 내려오니 또 다른 이름없는 봉우리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런식의 배신때리기는 지리산 종주 코스 내내 계속된다. 지도상에 몇개의 봉우리만 보이지만 실제로 넘는 봉우리는 20여개는 되는듯 하다.

형제바위 너무 커서 사진 두장을 합친것이다. 사진에 안나오지만 왼쪽에 동생바위도 있다.


왼쪽 움푹 패인곳에 벽소령 산장이 보인다. 이 사진을 찍고 5분후 비구름이 몰려와 앞을 가리기 시작했다.


무릎 통증으로 힘들게 산행을 해서 몸은 지칠대로 지친상태에서 지도에도 없는 봉우리들이 나타나면 기운이 빠진다. 더구나 빗방울이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봉우리를 남겨두고 오늘 묵을 벽소령 산장이 보인다. 하지만 왜 이리 멀어 보이는지...
벽소령을 향하는데 마지막 이정표가 700m 남았다고 알려주는데 700m가 왜 이리 긴지.. 땀과 빗방울이 얼굴을 흘러내리고 기온차로 인해 고글에 김이 서려 앞도 잘 안보인다. 몸은 스틱에 의존해서 내 정신에 상관없이 움직이고 있고 마지막 남은 길은 까탈스런 돌밭길로 힘들기만 해서 마지막 700m가 수km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갑자기 숲속 돌밭길이 끝나면서 넓은 공터와 안개에 싸여 있는 벽소령 산장이 나타난다. 아 이제 쉴수 있겠구나...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우리는 너무 일찍 도착한것이다. 벽소령 산장에 도착한 시간은 3시 35분. 산장이 문 여는 시간은 오후 6시...
비오고 날씨는 쌀쌀하고 몸은 무거운데다가 날을 새고 와서 급속한 피곤이 몰려온다.
옷을 껴입어도 흐린 날씨로 인해 상당히 춥다. 옷도 다 젖었지만 습도가 높아서 등산복임에도 잘 안마르고.. 그야말로 최악이다. 거기다 무릎도 아프고 다리에 알이 배겨서 걷기도 힘들다.
샘터는 산장에서 200미터나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데 무릎이 아프니 샘터 갔다오기도 힘들다. 물도 잘 나오지 않아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저녁을 일찍 먹고 일찍 자기로 했다. 저녁 먹기도 힘들다. 이런 산행에서는 그냥 간편한 전투식량같은 음식이 편하다.
사실 오늘 산행은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다. 같이 온 형도 지난번 종주랑 느낌이 너무 다르다면서 내일 해가 뜨고 하산하자는 의견을 내 놓는다.
우리는 내일 날씨를 보고 내일 일정을 정하기로 했다. 일찍 자기로 했지만 산행중 만난 사람과 술을 먹는 바람에 늦게 자게 됐다.
하지만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2시간도 못자고 깼다. 밖을 나오니 구름 사이로 약간씩 별이 보였다.
예전 지리산 종주중에 본 여름 은하수는 감동이었다. 나는 이번 산행에서도 그런 밤하늘을 기대했지만 날씨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게 만들었다.
벽소령은 지리10경 중 하나인 벽소명월이 유명한곳이지만 흐린 날씨로 인해 달도 별도 볼수 없었다. 하지만 새벽 밤하늘은 내일의 날씨가 맑을것이라는것을 예고 하고 있었다.
13년전 종주시에는 공사중이어서 그냥 지나쳤던 벽소령 산장. 나는 그렇게 지리산의 첫날밤을 다른 사람들의 코고는 소리를 들으며 날밤으로 지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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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온빛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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