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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04 일지매를 찾아서-일지매는 실존 인물일까? (2)

Posted 2008/03/04 09:28, Filed under: 인문학 산책/역사 추적


올해 두 방송사에서 일지매가 드라마를 탄다고 한다. 10여년 전 장동건이 주연한 드라마 일지매를 기억하시는 분이 있는지?
그때의 장동건과 지금의 장동건을 비교하면 연기력이 참 일취월장한듯 하다..
얘기가 샛길로 빠졌는데 일지매 하면 고우영 원작의 만화 일지매가 유명하다. 한 드라마는 고우영 원작과는 다르다는데..
어차피 고우영도 자신이 밝혔듯이 이야기 전체가 100% 창작이었으니 뭔 상관이랴..
그렇다면 진짜 일지매의 정체는 무엇일까? 과연 실존했던 인물일까?

일지매 얘기로 가장 유명한 기록이자 사실상 유일에 가까운 기록이 조선 순조 때 문인인 추재 조수삼(1762~1849)의 추재기이(秋齊紀異)에 실린 간략한 글과 한시뿐이다.

一枝梅 一枝梅盜之俠也。每盜貪官汚吏之財。自外來者。散施於不能養生送死者。而飛簷走壁。捷若神鬼。被盜之家。固不知何盜也。而乃自作朱標刻一枝梅爲記。盖不欲移怨於他也。
일지매는 도둑 중의 협객이다. 늘 탐관오리들의 뇌물을 훔쳐, 먹고살 길 막막하고 죽은 자를 장사지낼 힘조차 없는 백성에게 나누어 주었다. 처마와 처마 사이를 나는 듯이 다니고 벽을 붙어다니니 날래기가 귀신같아서 도둑맞은 집에서는 어떤 도둑인지 몰랐다.
그리하여 스스로 붉은색으로 매화 한 가지를 그려 놓았다. 다른 사람이 의심받지 않게 해서였다.


血標長記一枝梅。施恤多輸汚吏財。不遇英雄傳古事。吳江昔認錦帆來。
매화 한 가지 증표로 남겨두고
탐관오리 재산으로 가난한 이 돕는다.
때 만나지 못한 영웅 예부터 있었으니
옛적에도 오강에 비단 돛 떠올랐었다.

마치 일지매가 실존했듯이 쓰여 있지만 추재도 밝혔듯이 일지매 이야기는 어릴 적 어른들에게 들은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다면, 다른 기록을 찾아보자.
홍길주(1786~1841)의 수여연필(睡餘演筆)에서 우리는 다시 일지매를 만날 수 있다.
수여연필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재밌게 얘기하는 이야기 대부분은 사실은 중국 것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성과 한음 이야기도 대부분 중국 이야기라는 것이다. (오성과 한음 이야기는 진짜 지어낸 이야기다.)
거기서 일지매 얘기도 나오는데.

又如大盜名一枝梅者, 或謂之李貞翼公爲將時人, 或謂之張大將鵬翼時人, 后卻於歡喜寃家中見之.
또 큰 도적 중에 일지매라 하는 자를 두고 어떤 이는 정익공 이완이 포도대장을 할 때 사람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장붕익이 대장 노릇할 때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나중에 환희원가(歡喜寃家)라는 책 속에서 이를 보았다.

라고 밝혔다. 즉 자신이 어릴 때부터 듣던 일지매는 사실은 중국의 환희원가(歡喜寃家)라는 책에 실린 글이라는 것이다.
환희원가는 청나라 때인 1640년에 쓰인 화본소설(話本小說)로 요즘으로 말하면 에로틱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 맨 마지막 회인 24회에 일지매공설원앙계(一枝梅空設鴛鴦計)라는 제목으로 일지매에 대한 두 가지 글이 실려 있다.
또한, 1632년에 쓰인 이각박안경기(二刻拍案驚奇) 39편에도 명나라 때 도둑 나룡이 나오는데 이 도둑을 일명 일지매라고 불렀는데 환희원가나 추재기이에 소개한 것처럼 그가 도둑질한 곳에 매화 그림을 그려놓았기 때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사실 이 일지매 이야기도 명나라 때 쓰인 서호유람지여, 고금소해 등에 실린 '我來也'라고 쓰고 가는 도둑 이야기가 모티브가 된듯하다.
아무튼, 일지매 이야기는 소설 속 가상의 인물 이야기며 이것도 중국에서 넘어온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다가 20세기 들어 장지연이 매일신보에 일지매 이야기를 실으면서 다시 등장한다. 장지연은 특이하게도 일지매의 말로도 전하고 있다.
일지매는 남의 재산을 훔쳐 나눠줘도 자신은 소유하지 않아 남의 집에서 밥을 빌어먹으며 고생하다 결국은 붙잡혀 죽는다며 결코 행복하지 못한 결말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로도 계속 일지매 이야기는 살이 붙어 지금은 가지각색으로 변형된 일지매가 우리에게 소개되고 있다.

일지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는 걸까? 나는 일지매에 대한 자료를 찾다 재미있는 기록을 발견했다.
숙종 때인 1716년 승정원일기 9월 4일자에 초복(初覆)에 죄인 일지매를 풀어주는 것에 대해 논의하는 기록이 나오는 것이다. 初覆이라 함은 죽을 죄를 지은 죄인에 대한 첫 번째 심리를 말하는 것인데 여기서 일지매를 풀어주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 왕이 그렇게 하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정사에 기록된 유일 무일 한 일지매에 대한 글인데.. 여기서 말하는 일지매는 과연 누구를 뜻하는 걸까?
혹시 일지매가 정말로 실존했던 걸까? 아니면 일지매를 사칭한 악당일뿐일까? 더 이상 자료가 없기에 알 길이 없다..
하나의 수수께끼를 남기고 일지매에 대한 추적은 여기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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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
2008/03/04 09:28 2008/03/04 09:28


Tag : 실존, 일지매
Response : 1 Trackback , 2 Comments

Trackback URL : http://mynury.com/trackback/73

  1. 일지매 그는 어디에서 왔을까!

    Tracked from Shimum 2008/07/13 16:50 Delete

    일지매는 조선 순조 때 문인 위항시인 추재 조수삼(1762~1849)의 추재기이(秋齊紀異)에 짧은 한시형식으로 실려 있다. 추재기이(秋齊紀異)는 조선 후기 저잣거리의 중인 이하 계층의 사람 중에서 기이한 인물들을 모아 기록한 책으로 위항문학은 중인·서얼·서리 출신의 하급관리와 평민들이 이루어낸 문학을 말한다. 一枝梅 一枝梅盜之俠也。每盜貪官汚吏之財。自外來者。散施於不能養生送死者。而飛簷走壁。捷若神鬼。 被盜之家。固不知何盜也。而乃自作朱標刻一枝梅爲記。盖不欲移怨..

  1. # 몽유애 2008/07/13 17:00 Delete Reply

    안녕하세요..

    일지매 문헌을 찾다가 조금 더 자세한 다른 분 글과 조금 가감하며 자세히 적었습니다.

    그리고 트랙백을 처음하는 터라 실수를했나봅니다.

    5% 아쉬운 일지매 이야기는 지워주세요

    제가 지울 줄 몰라서 ㅎㅎ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

    자료 많이많이 고맙습니다.

    원문 찾아보고 싶은데 거의 없더라구요...

    평온한 주말 되세요..

    1. Re: # 누리 2008/07/21 07:19 Delete

      늦었습니다. 요즘 블로그를 버려놓다시피 해서..
      원문 찾아 직접 번역했습니다. 저도 찾기 힘들어서 도서관에서 논문도 찾아보고 그랬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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