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29 11:02
최규석 작가는 내가 가장 좋아하면서 가장 기대하는 한국의 만화작가다.
그의 만화를 보면 신선한 충격을 받고 또한 그의 나이가 생각보다 어리다는 것에 대해서 더욱더 충격을 받곤 한다.
기회가 되면 그에 대해 쓸지 모르겠지만.. 최근 내가 충격받은 그의 만화 한 편을 소개한다.
사실 이 만화는 그전에도 봐왔고 나에게는 당연시 된 거라 그다지 충격을 안 받았는데 최근에 알게 된 뒷얘기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
사실 중간 정도에서 이미 결말을 예상했고 나이도 어느 정도 먹은 성인으로서 충격보다는 그냥 공감 가는 정도의 만화로 느꼈을 뿐인데.. 내가 충격을 받은 것은 이 만화가 '고래가 그랬어'라는 어린이 잡지에 실렸다는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이 사실에 충격을 받은듯하다.
근데 이 충격을 받은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다. 어린이에게 어떻게 이런 만화를 보여줄 수 있느냐와 어린이에게 이런 만화를 보여줄 수 있었던 잡지사와 작가에 대한 응원. (나는 후자다.)
아무튼 이 만화가 실린 뒤 항의 전화와 절독 사태가 뒤따랐다는데 그에 대해 발행인의 말을 들어보자.
천사를 죽이는 장면이 어린이 잡지에 등장하는 일은 누구에게도 즐거운 일은 아닙니다. 독자뿐 아니라, 작가도 고래 편집부 식구들도 발행인이자 고래의 열독자인 두 아이의 아빠인 저로서도 무척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그 작품을 되돌려보내거나 수정을 요구하지 않고 실은 건 우리가 그런 고통을 함께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천사는 천사가 아니라 천사의 탈을 쓴 악마입니다. 세상엔 그런 가짜 천사들이 참 많습니다. 무작정 운명에 순응할 것을 강요한다든가 현실의 모순에 눈을 감고 내세에만 관심을 갖게 한다든가 억압받는 사람들의 저항을 폭력이라 몰아붙인다거나 하면서 힘센 사람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가짜 천사들 말입니다. 아무 죄없는 사람이 일생을 그 가짜 천사에 속아 살았다면 그에겐 분노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현실의 추악함을 되도록 보여주지 않고 싶어 합니다. 하긴 누가 그게 즐겁겠습니까? 그러나 아이들에게 현실의 추악함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 추악함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단지 그 추악함을 감출 뿐입니다. 그것은 늘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설명되지만 실은 우리 속을 편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추악함을 만든 게 바로 우리라는 것, 아이들은 그 추악함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그 아이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그 지옥에 빠질지 우리는 모릅니다. 아이들은 그런 가짜 천사들이 죄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는 현실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에겐 그 추악함을 아이들에게 알려줄 정직함의 의무가 있습니다. 물론 그 방법은 가장 신중하고 사려깊어야 합니다. 예술작품은 그런 면에서 매우 훌륭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예술작품을 통해 그런 현실의 추악함을 간접 체험하면서 스스로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이 작품을 보고 어른들이 걱정하듯 심각한 충격이나 상처를 받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나쁜 천사네’ 할 뿐입니다. 어른들, 특히 한국의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맑고 깨끗한 것만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습니다. 만일 현실이 그렇게 맑고 깨끗하기만 하다면 그래도 충분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강박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실은 매우 위험합니다.
그런 강박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면 아이는 그런 추악한 현실에 바보처럼 당하기만 하는 사람이 되거나 그런 추악한 현실에 같은 추악함으로 적응하는 비루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지금 수많은 우리가 그렇게 살아가듯 말입니다. 중요한 건 우리의 불편함이 아니라 아이들의 인생입니다. 천사를 죽이는 장면에 집착하지 않고 다시 한번 이 작품을 보시길 권합니다. 이 작품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을 것입니다.
고래를 찾아서 발행인 김규항.
김규항이라는 이름이 내가 알고 있는 이름인데 혹시 그 사람인가? 해봤더니 역시 'B급 좌파'를 쓴 그 김규항이었다. 김규항씨가 어린이 잡지도 낸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작가나 발행인이나 이 만화가 가져올 파장은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작가 스스로 "제 조카들이 보는 책이라 충분히 고민했고, 어린 시절 제가 가졌던 생각들을 떠올리며 수위조절을 했습니다. 그리고 편집부가 있으니 문제가 있어 차후에 수위조절을 하게 되면 응할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 라고 밝혔으니.
이 만화가 어른들이, 아니 중학생 이상만 보는 잡지에만 실렸어도 이런 파장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도 편집부가 원하면 바꿀 생각이 있을 이 만화를 그대로 실어준 잡지사 편집부의 정신에 나는 박수를 보낸다.
우리가 이 만화가 어린이 잡지에 실린 것에 놀란 것은 오히려 우리가 어른이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생각하는 어린이의 입장이라는 게 정말로 아이들의 입장인지? 어린이의 입장이 아니고 어른의 입장은 아닌지. 이 만화가 곤란하고 불편했던건 어른이지 어린이가 아니었지 않은가?
다만 발행인이 저 천사가 천사의 탈을 쓴 악마라고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발행인의 생각이지 작가의 생각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이 왠지 독자들의 항의에 대한 비겁한 변명으로 들리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저 천사가 악마였는지, 진짜 천사였는지는 각자가 판단해 볼 일이지만 나는 저 천사에서 악마의 모습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 그럼 천사가 몽둥이 들고 저들과 싸우고 죽이라고 하나? 어느 천사도 분명히 저렇게 얘기하지 않을까? 그러기에 이 만화가 주는 메세지가 더 강하지 않을까? 그리하여 진짜 착한 천사는 세상에 없는 게 아닐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과거부터 동화는 당시의 현실을 반영했고 우리가 아는 동화는 그래서 잔혹하지 않았는가?
팥쥐를 젓갈로 만들어 버리고 백설공주는 아버지와 육체적 관계를 갖고 빨간 구두와 신데렐라에서는 발이 잘려 피가 철철 넘치고 빨간 망토는 할머니의 인육을 먹고.. 하지만 그런걸 듣고 자란 옛 어린이들이 순수함으로 변질한 지금의 동화를 듣고 자란 어린이들보다 더 순수했었지 않은가?
그의 만화를 보면 신선한 충격을 받고 또한 그의 나이가 생각보다 어리다는 것에 대해서 더욱더 충격을 받곤 한다.
기회가 되면 그에 대해 쓸지 모르겠지만.. 최근 내가 충격받은 그의 만화 한 편을 소개한다.
사실 이 만화는 그전에도 봐왔고 나에게는 당연시 된 거라 그다지 충격을 안 받았는데 최근에 알게 된 뒷얘기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
사실 중간 정도에서 이미 결말을 예상했고 나이도 어느 정도 먹은 성인으로서 충격보다는 그냥 공감 가는 정도의 만화로 느꼈을 뿐인데.. 내가 충격을 받은 것은 이 만화가 '고래가 그랬어'라는 어린이 잡지에 실렸다는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이 사실에 충격을 받은듯하다.
근데 이 충격을 받은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다. 어린이에게 어떻게 이런 만화를 보여줄 수 있느냐와 어린이에게 이런 만화를 보여줄 수 있었던 잡지사와 작가에 대한 응원. (나는 후자다.)
아무튼 이 만화가 실린 뒤 항의 전화와 절독 사태가 뒤따랐다는데 그에 대해 발행인의 말을 들어보자.
천사를 죽이는 장면이 어린이 잡지에 등장하는 일은 누구에게도 즐거운 일은 아닙니다. 독자뿐 아니라, 작가도 고래 편집부 식구들도 발행인이자 고래의 열독자인 두 아이의 아빠인 저로서도 무척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그 작품을 되돌려보내거나 수정을 요구하지 않고 실은 건 우리가 그런 고통을 함께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천사는 천사가 아니라 천사의 탈을 쓴 악마입니다. 세상엔 그런 가짜 천사들이 참 많습니다. 무작정 운명에 순응할 것을 강요한다든가 현실의 모순에 눈을 감고 내세에만 관심을 갖게 한다든가 억압받는 사람들의 저항을 폭력이라 몰아붙인다거나 하면서 힘센 사람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가짜 천사들 말입니다. 아무 죄없는 사람이 일생을 그 가짜 천사에 속아 살았다면 그에겐 분노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현실의 추악함을 되도록 보여주지 않고 싶어 합니다. 하긴 누가 그게 즐겁겠습니까? 그러나 아이들에게 현실의 추악함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 추악함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단지 그 추악함을 감출 뿐입니다. 그것은 늘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설명되지만 실은 우리 속을 편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추악함을 만든 게 바로 우리라는 것, 아이들은 그 추악함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그 아이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그 지옥에 빠질지 우리는 모릅니다. 아이들은 그런 가짜 천사들이 죄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는 현실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에겐 그 추악함을 아이들에게 알려줄 정직함의 의무가 있습니다. 물론 그 방법은 가장 신중하고 사려깊어야 합니다. 예술작품은 그런 면에서 매우 훌륭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예술작품을 통해 그런 현실의 추악함을 간접 체험하면서 스스로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이 작품을 보고 어른들이 걱정하듯 심각한 충격이나 상처를 받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나쁜 천사네’ 할 뿐입니다. 어른들, 특히 한국의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맑고 깨끗한 것만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습니다. 만일 현실이 그렇게 맑고 깨끗하기만 하다면 그래도 충분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강박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실은 매우 위험합니다.
그런 강박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면 아이는 그런 추악한 현실에 바보처럼 당하기만 하는 사람이 되거나 그런 추악한 현실에 같은 추악함으로 적응하는 비루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지금 수많은 우리가 그렇게 살아가듯 말입니다. 중요한 건 우리의 불편함이 아니라 아이들의 인생입니다. 천사를 죽이는 장면에 집착하지 않고 다시 한번 이 작품을 보시길 권합니다. 이 작품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을 것입니다.
고래를 찾아서 발행인 김규항.
김규항이라는 이름이 내가 알고 있는 이름인데 혹시 그 사람인가? 해봤더니 역시 'B급 좌파'를 쓴 그 김규항이었다. 김규항씨가 어린이 잡지도 낸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작가나 발행인이나 이 만화가 가져올 파장은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작가 스스로 "제 조카들이 보는 책이라 충분히 고민했고, 어린 시절 제가 가졌던 생각들을 떠올리며 수위조절을 했습니다. 그리고 편집부가 있으니 문제가 있어 차후에 수위조절을 하게 되면 응할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 라고 밝혔으니.
이 만화가 어른들이, 아니 중학생 이상만 보는 잡지에만 실렸어도 이런 파장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도 편집부가 원하면 바꿀 생각이 있을 이 만화를 그대로 실어준 잡지사 편집부의 정신에 나는 박수를 보낸다.
우리가 이 만화가 어린이 잡지에 실린 것에 놀란 것은 오히려 우리가 어른이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생각하는 어린이의 입장이라는 게 정말로 아이들의 입장인지? 어린이의 입장이 아니고 어른의 입장은 아닌지. 이 만화가 곤란하고 불편했던건 어른이지 어린이가 아니었지 않은가?
다만 발행인이 저 천사가 천사의 탈을 쓴 악마라고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발행인의 생각이지 작가의 생각은 아니다. 그리고 그것이 왠지 독자들의 항의에 대한 비겁한 변명으로 들리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저 천사가 악마였는지, 진짜 천사였는지는 각자가 판단해 볼 일이지만 나는 저 천사에서 악마의 모습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 그럼 천사가 몽둥이 들고 저들과 싸우고 죽이라고 하나? 어느 천사도 분명히 저렇게 얘기하지 않을까? 그러기에 이 만화가 주는 메세지가 더 강하지 않을까? 그리하여 진짜 착한 천사는 세상에 없는 게 아닐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과거부터 동화는 당시의 현실을 반영했고 우리가 아는 동화는 그래서 잔혹하지 않았는가?
팥쥐를 젓갈로 만들어 버리고 백설공주는 아버지와 육체적 관계를 갖고 빨간 구두와 신데렐라에서는 발이 잘려 피가 철철 넘치고 빨간 망토는 할머니의 인육을 먹고.. 하지만 그런걸 듣고 자란 옛 어린이들이 순수함으로 변질한 지금의 동화를 듣고 자란 어린이들보다 더 순수했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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