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산책2008/07/26 10:07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처음부터 여지까지 안 바뀌었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큰  규정이다. 그런데 '민주공화국'이라는게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사실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정의가 모호한 항목을 왜 제1조 1항에 넣었을까? 그만큼 우리 헌법이 졸속으로 만들어졌다는 뜻은 아닐까? 사실 처음 헌법 기초 안이 불과 7일의 시간만 주어지는 등(물론 나중에 연기됐지만) 1개월여 만에 만들어졌다. 세상에 한 나라의 첫 헌법을 1개월여 만에 만드는 나라가 있을까?
이렇게 서두른 이유는 8월 15일에 정부를 수립하려는 이승만의 욕심 때문이었다. 이승만은 그 후로도 헌법 제정에 사사건건 개입을 하여 헌법 초안을 엉망으로 만드는 등 자신의 독재자적인 욕심을 이때부터 이미 서서히 드러내놓고 있었다.

그렇다면, 1항의 국호인 '대한민국'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당시까지 정의된 국호가 없었기에 유진오의 초안에는 '조선은 민주공화국이다'로 되어 있었다.
당시 여러 가지 국호가 나왔지만, 국회 헌법안 심의과정에서 대한민국 17표, 고려공화국 7표, 조선공화국 2표, 한국 1표로 대한민국으로 결정 났다. 대한민국으로 정한 이유 중에는 대한제국의 법통을 계승해야 일본으로부터 보상을  받기 때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임시정부 때부터 써오던 것이라는데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제국주의적인 국호라고 반대의견도 많았었고 이 의견도 설득력 있다. 차후 통일이 되더라도 제국주의적인 국호는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공화국 또한 임시정부 헌법 때부터 유지되어오던 항목이다.
공화국이란 공화제를 채택한 나라를 말하는 데 반대로 군주제가 있다. 군주제는 말 그대로 왕이 국가원수인 나라로 영국, 일본,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 태국 등의 나라를 말한다.
공화국이 민주주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산국가도 공화제를 채택한 나라가 있고 과거 우리나라도 공화제를 채택했지만, 대통령이 조선시대 왕보다 더한 절대권력을 휘두르던 독재국가가 아니었던가? 반면 군주제인 나라들 상당수가 입헌군주제로 명목상의 왕일 뿐이고 특히 캐나다, 호주 등의 나라는 사실상 독립국으로써 주권이 국민에게 있으므로 공화제와 군주제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오히려 공화제를 채택한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보다 더 민주적인 국가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민주공화국'이라는 표현은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의견이 분분하고 민주주의 국가를 상징하는 정의라고 할 수도 없다.
재미있는 것은 군주제인 우리나라가 강제로 왕정이 폐지되고 불과 10여 년 만에 임시정부에서 공화제를 채택했다는 것이다. 그전에는 공화제에 대한 얘기가 전혀 없었고 동학농민혁명 당시에도 왕정을 옹호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다른 나라와 달리 군주파와 공화파의 싸움도 없었고 별 다른 의견도 없이 해방 후 임시정부의 공화제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정착했고 그 뒤로도 이 문제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얼마 전 드라마 '궁'이 방송하면서 잠깐 군주제를 부활하자는 미친 소리가 부상했지만, 그것도 다시 수그러들었을뿐...
다른 나라와 달리 이렇게 쉽게 공화제가 정착된 이유는 조선의 무능력한 군주로 말미암아 (요즘 명성황후가 마치 나라를 구하려고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왜곡되었지만,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그녀는 나라는 전혀 상관없었고 오히려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일을 재촉만 했다.) 나라가 망했고 망하고 나서도 이 땅의 독립을 위해 백성과 같이 투쟁을 하기는 커녕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일본의 비위를 맞추는 등의 행동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임시정부는 물론 해방 후에도 왕정제는 전혀 고려치 않은 관심밖에 일이었고 그뿐 아니라 조선 황실은 해방 후에도 '왕따'를 당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후부터 지금까지도 우리의 헌법은 조선 시대 왕보다도 더한 절대권력을 부여하고 있으며 박정희 때는 영구집권까지 보장했으니 과연 왕정제를 완전히 극복한 걸까?

당시 공화제를 채택하면서 정부 형태는 의원 내각제를 채택했다. 의원 내각제는 만장일치로 쉽게 통과됐으나 내각제를 할 경우 사실상 아무런 권한이 없어지는 대통령직에 대해 불만을 품은 이승만에 의해 억지로 대통령제로 바뀌었고, 제2공화국 때 잠시 의원내각제가 된 것 외에는 지금까지 대통령제로 남아 강력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시초를 마련했다. 사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헌법안을 수정한 김준연은 총리 및 국무회의의 권한을 키워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내각제적인 장치를 마련했지만, 너무 급하게 만드는 바람에 해석상의 논란이 생겨 이 헌법의 특별한 장치는 거의 제 구실을 못했고, 그 후로도 현재 6공화국 헌법에 이르러서도 김영삼 정부 시절 총리였던 이회창 총리가 이에 대해 거론하며 김영삼 대통령의 권한에 도전했다가 쫓겨나는 일도 벌어진 적도 있다.
그래서 총리를 얼굴마담이라고 불리었던 헌법상의 내각제적인 총리 및 국무회의의 권한은 노무현 정부 들어서야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지금의 이명박 정부 들어서 다시금 그들의 권한이 축소되고 말았으니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인가? 아마 김준연도 헌법상의 내각제적인 요소가 제왕적 대통령제에 의해 사문화될 줄을 꿈에도 생각 못했던 듯하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온빛누리

TRACKBACK http://mynury.com/trackback/103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